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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on Interiors & Assoc. 윤혜경소장을 방문하는 날, 때아닌 우박이 내렸다. 4월 말이라는 날짜가 무색하게 우박이 떨어지면서 얼음 조각이 부서지는 모습은 익숙한 경험이 아니었다. 뜻밖의 경험은 불안과 당황스러운 기분을 만들었고 몸은 추위에 떨게 되었다. 그런 기분으로 들어선 윤인테리어는 잔잔한 클래식 음악과 커피 향의 따스함으로 안도감을 주었다. 인간에게 안과 밖이라는 공간의 분리가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인간이 추구하는 인테리어디자인이 무엇인지를 한 순간에 이해한 느낌이었다.
여성 특유의 섬세함과 부드러움이 장점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인테리어디자인 업계. 자신이 갖고 있는 섬세함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알고있는 윤대표. 그는 디자인뿐만 아니라 마케팅이나 기업 관리에도 섬세함을 하나의 도구로 적절히 활용하고 있다. 그녀가 연말이면 고객과 지인들에게 보냈다는 직접 디자인한 카드들을 보니 윤대표의 일관성 있는 이미지와 클래식 스타일이 읽힌다.
국내외 많은 프로젝트를 진행한 윤대표는 인테리어디자인은 논리적이고, 치밀해야 하며 많은 인내심을 요구하는 작업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고객의 요구사항을 미적으로 기능적으로 경제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것이 특성이란다. 윤대표의 기업인 Yoon Interiors & Assoc.는 인테리어 시공은 하지 않는다. 그녀의 기본에 입각한 철저한 원칙들은 기업가 이전에 하나의 디자이너로서의 역할에 집중하게 했기 때문이다.
서울대 응용미술학과를 나오고 미국에 유학을 갔다. 그리고 돌아와 지난 90년에 회사를 설립한 윤대표는 지금까지 국내외 많은 작품을 선보였다. 그 결과로 상을 여럿 수상했고, 대학 후배를 양성하기도 했다.
그와 대화를 나누면서 느껴진 것은 일관성있는 이미지를 추구하는 사람이다. 그녀만의 클래식한 이미지를 유지하면서 트렌드의 변화, 다양성과 균형을 잡으며 독특한 개성을 키울 수 있는 것은 그녀 고유의 생각 시스템이 마련되었기 때문이리라.
시간이 지나고 유행이 바뀌어도 클래식 스타일은 한 번도 인테리어 트렌드의 주류에서 밀려난 적이 없다. 거기에 공간 자체의 조형적인 아름다움에 소비자들이 눈을 뜨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의 경험에 그녀가 이해한 사람과 사회의 요구는 융합되어 새로운 디자인으로 나아가 새로운 가치로 창조될 것이다.
그의 기업은 1994년도 서울시 시정종합홍보관 디자인을 했고 환경문화상을 수상했다. 성실히 임했던 작업이 또 다른 작업의 고리가 된다. 별다른 마케팅이 없다. 프로젝트의 추진과정을 마케팅과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으로 만들어내는 윤대표. 그래서 그는 디자이너들이 상호 신뢰하고 일할 수 있는 작업환경을 중요시 한다. 그리고 철저한 도큐멘트 작업을 통해 후배들에겐 작업 과정이 하나의 훈련과정임을 확실히 한다.
지금 금천구의 이린이집을 설계하고 감리 하는 작업을 한다. 이 일은 여타의 프로젝트에 비해 규모가 작지만 3살 버릇이 80살까지 간다며 아이들이 있는 유치원이나 어린이집에 특별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한다. 어릴 때 잘 키우면 제대로 사람이 된다는 주장이다.
아이가 4살일 때 그는 미국에서 돌아왔다. 양육의 문제를 생각해서 집 앞에 회사를 설립했다. 육아시설이 잘 돼있어야 여자가 일할 수 있다. 여성의 유휴인력을 적극 활용해야 할 때라는 그는 어린이집 프로젝트가 무척 즐겁단다.
그는 경험과 나이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한다. 그는 일이 좋다. 그리고 일이 자신의 존재 의미라 말한다. 일을 통해 나누면서 충족을 체험하고, 자신이 가진 힘을 쓰면서 힘이 더욱 자라나는 놀라운 경험을 했기에 가능한 말인 것 같다. 윤대표는 이미 그런 경험을 통하여 자신이 지향하는 것이 소유가 아니라 윤혜경이라라는 존재를 만들어가는 것임을 이해하고 실천하려는 생각을 갖고 있다. 학교 다닐 때부터는 조금은 괴짜라고 불리는 개성파였던 것도 소유에 집착한 시대에 존재를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본다.
요즘은 바쁜 템포를 조금은 늦추고, 재충전과 재도전의 조율을 위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단다. 만나는 사람들도 접하는 내용들도 폭을 넓힐 필요성을 절감하며, 다가오는 10년을 충실하기 위한 새로운 준비를 구상하고 있다.
인테리어가 공간에 여백을 많이 남기는 것이 이전과 달라진 점이다. 여백은 사람과 공간이 함께 느긋하게 나이 들어갈 수 있는 바탕이 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이제 그녀는 습관화된 패턴과 상관없이 자기가 좋아하는 공간을 꾸미고 그 공간이 조금씩 자기를 닮아 가기를 바란다. 사방이 꽉 채워진 프로젝트와 일정은 사람을 답답하게 만든다. 그래서 완전히 새로운 공간과 삶을 꿈꾸게 하지만, 여백이 있으면 그 여백을 개성대로 채우거나 바꿀 수 있어 기본 바탕을 오래 보전할 수 있다. 그녀는 지금 자신의 삶을 그렇게 여백이 있는 삶으로 조정하는 때인가 보다.
소유에 집착하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진 것을 나눈다는 것은 결국 소유물의 상실을 뜻한다. 그래서 나누는 일이 힘들다. 반면 존재를 지향하면서 사는 사람에게 나눔과 소비는 전혀 다른 의미이다. 이제 그녀의 감성이 내부에 응축된 열정과 함께 새로운 힘으로 나눔을 실천하며 많은 가치를 창조하리라 확신한다.
이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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