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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번호판에 대한 오해와 진실
[정책해설] 경찰순찰차에 붙인 것과 반사 번호판은 변경 횟수에 포함 안돼
지난 1일부터 새로운 규격의 번호판이 보급되고 있다.
2004년 1월 전국번호판 제도를 도입하면서 번호판을 변경했는데, 디자인이 세련되지 못하다는 혹평과 국민의 질타가 있었다.
이에 정부는 시각, 색채, 서체 등 각 분야 전문가와 인지심리학 전문가까지 참여시켜 번호판을 새롭게 디자인한 뒤 경찰청의 협조를 얻어 순찰차에 시범적으로 부착, 운행토록 하는 등 국민여론을 수렴·반영하기 위한 노력을 병행했다.
번호판은 번호판 자체의 디자인 뿐 아니라 무인카메라가 포착할 수 있어야 하고, 시인성이 우수하고 다양한 자동차와 잘 어울려야 한다.
이번 새 번호판은 이러한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디자인이란 사람에 따라 주관성이 강해 상당히 우려했지만, 국민 호응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정책 입안자의 한 사람으로서 보람을 느낀다.
그러나 일부에서 새 번호판에 의혹과 불만을 제기하는 것은 제도의 취지나 추진경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결과인 만큼 몇 가지 설명드리고자 한다.
새 번호판에 대한 불만은 다음과 같다.
△정부가 국민을 실험대상으로 5번이나 오락가락하며 번호판을 바꾸었고 △외국처럼 다양한 색상의 번호판을 도입하지 않았으며 △뒷면에 긴 번호판을 붙이지 못해 짝짝이 번호판인데다 △지역별로 번호판 교체 비용이 들쑥 날쑥해 서울과 지방의 비용차이가 거의 열배 이상 난다는 것 등이다.
어떻게 정책을 평가할지는 국민의 몫이지만 실무자로서 사실을 밝혀 올바른 판단에 보탬이 되고자 한다.
◈ 첫째, 번호판 정책이 오락가락 했다는 지적에 대해
2004년 전국 번호판 제도 도입 전에는 주민등록 전산망과 자동차 전산망이 따로 운영됐다. 이에 따라 이사를 하면 전입신고 외에 자동차 주소지 변경 신고를 하고 자동차 번호판을 바꿔야 했다. 또 제때하지 않으면 과태료를 물어야 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한 것이 전국번호판 제도다.
주민등록 전산망과 자동차 전산망을 연계해 전입신고만 하면 자동차 주소지가 자동으로 바뀌도록 하고, 번호판에는 시·도 표기를 없앰으로써 주소지가 바뀌어도 자동차 번호판을 바꿀 필요가 없도록 한 것이다.
그러나 두가지 전산망에서 주민등록지, 성명 등 입력내용이 달라 전산망을 연계하는데 어려움이 있었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자동차등록전산망을 고도화하는 것이 절실했다.
이 과정에서 상대적으로 번호판의 디자인에 대한 검토가 소홀했던 건 사실이다.
번호판 규격은 그대로니까 단순히 지역 표기가 빠진 빈 자리에 기존 숫자의 크기만을 조정하면 된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여기서 교훈 하나를 얻었다. 당초 정책의 의도가 아무리 창의적이고 훌륭하더라도 정책입안 단계에서 최종 시행까지 어느 한 단계라도 미흡하면 전체가 문제가 되고 국민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대중화 시대에 공공 디자인에 대한 전문적 검토나 의견수렴없이 시행된 전국번호판은 디자인에 대한 국민의 불만이 커지자 정부는 2004년 2월부터 전문연구기관에 디자인 용역을 의뢰했다.
또 △테스크포스 구성 △전문가 자문 △관계기관 협의 △전문여론조사 기관을 통한 여론조사 등 많은 준비를 거쳐 지난해 10월 디자인을 새롭게 바꿨다.
그리고 지난 1일부터 첫 시행에 들어간 셈이니까 사실상 전국 번호판의 디자인을 바꾸겠다고 국민에게 약속한 이후 첫번째 변경인 것이다.
물론 시범용으로 경찰 순찰차에 붙인 번호판과 반사번호판이 있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국민여론을 수렴하고 더 나은 번호판을 정하기 위한 것이었다. 따라서 이를 자동차 번호판 변경 횟수에 포함하는 것은 동의할 수 없다.
◈ 둘째 외국과 같이 색상이나 문양을 넣지 않았다는 지적에 대해
우리나라는 자동차 도입 초기부터 일본처럼 페인트방식의 번호판을 채택·보급했다.
이후 설치된 과속, 신호위반, 주정차 위반을 단속하기 위한 무인카메라는 당연히 페인트 방식의 번호판을 판독할 수 있는 것이었다.
외국처럼 반사필름 방식을 채택해 다양한 색상으로 만들어진 번호판을 인식하려면 전국의 모든 무인단속장비를 교체해야 한다. 여기에는 수 천억원의 예산이 필요하다.
이런 이유때문에 색상이 삽입된 문양의 번호판을 채택하지 못했다.
페인트 방식 번호판은 제작 특성상 두 가지 색상밖에 넣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여러가지 색상의 자동차와 어울리려면 번호판은 무채색이어야 한다는 전문가의 의견을 따라 색상을 결정한 것이다.
◈ 셋째, 뒷면에 긴 번호판을 붙이지 못해 짝짝이 번호판이라는 지적에 대해
또 기존 자동차의 뒷 번호판을 긴 번호판으로 바꿀 수 있도록 하라는 요구에 대해
뒷 번호판에는 겉으로 보기엔 표시가 나지 않지만 차량이나 번호판 도난 방지를 위한 봉인장치가 설치돼 있다.
이 봉인장치는 구조적으로 내장되어 제작된다. 따라서 기존 자동차에 긴 번호판을 부착하려면 차체에 별도의 구멍을 뚫어야 할 뿐 아니라 봉인장치를 새로 설치해야 하는 문제가 있다. 이는 자동차 구조상 개인이 간단히 할 수 없는 일이다.
또 자동차의 뒷면에는 야간에 번호판을 식별할 수 있도록 번호등을 부착하고 있는데, 기존 자동차는 종전 규정에 따라 짧은 번호판을 비추도록 설계됐다. 여기에 긴 번호판을 붙이게 되면 조도가 맞지 않아 번호판 좌우 부분이 잘 보이지 않게 된다.
따라서 개인이 임의로 개조할 경우 봉인이 쉽게 떨어지거나, 야간에 번호판이 식별이 어려워지는 등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에 기존 차량의 뒷면에는 긴 번호판을 허용하지 않은 것이다.
자동차의 앞, 뒷면에 동일한 규격의 번호판을 붙이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여론조사에서는 긴 번호판의 선호도가 압도적으로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기존 차에도 앞·뒤 모두 긴번호판 부착이 가능한지 충분히 검토했지만 앞서 언급한 기존 차량의 구조적 한계로 인해 봉인, 번호등 등의 문제가 없는 앞 번호판에만 희망자에 한해 보조대 등을 활용해 긴 번호판을 달 수 있도록 했다.
또 앞뒤 규격이 다른 번호판을 허용하기 위해 번호판 교부 전산프로그램을 개편하고, 관련 시·도 공무원을 교육시키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짝짝이 번호판'(유럽 일부 국가는 앞뒤 번호판 규격을 달리하는 나라도 있음)이라는 비난과 함께 뒷 번호판도 긴 번호판을 붙일 수 있도록 해달라는 새로운 민원이 생겼지만 이는 기존 차량의 구조적 이유때문에 힘들다.
하지만 이미 앞면만 긴 번호판으로 바꾼 국민이 적지 않은 점에서 이처럼 앞 번호판만이라도 허용한 것은 옳았다고 생각된다.
◈ 넷째 지역별로 번호판 부착 가격이 다르다는 지적에 대해
현재 번호판 가격은 공급자가 자율로 정하고, 제작물량 등에 따라 지역별로 가격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새번호판의 경우 재질이 종전의 알루미늄에서 산화 알루미늄으로 바뀐데다 규격, 서체, 색상 등이 변해 일부 인상요인이 발생했다.
따라서 지난달 19일 각 시, 도에 합리적 가격에 새 번호판이 공급될 수 있도록 행정지도할 것을 요구했다. 특히 현행 법은 번호판 가격의 상세 내역에 대한 공개요구가 있을 경우 번호판 교부대행자가 이를 반드시 제공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새 번호판의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일부 아쉬운 대목이 있다.
이번 기고문을 통해 번호판과 관련된 오해를 풀고, 새 번호판이 빠른 시일 안에 정착될 수 있도록 국민 여러분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
건교부 김영학 자동차관리팀장 (automgt@moct.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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